한국 사회에서 반중(反中) 혹은 혐중(嫌中) 정서가 확산되는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를 압박한 사례를 보자. 이들은 지난해 말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김은영 매듭 장인의 손길이 더해진 핸드백이 ‘펜디’ 제품으로 공개되자, 자국 문화 도용이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펜디는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홍보 콘텐츠를 삭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명 각본가 장성난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위원으로 양회(兩會)에 참석해 같은 주장을 펼치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중국 네티즌들의 성토가 정치·외교 문제로 연결되는 구도로 볼 때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듯하다. 이미 중국은 한복, 김치, 갓, 심지어 아리랑까지 자국 것이라고 떼를 써왔다. 이에 한국이 반발하면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이런 ‘문화 도용 프레임’ 전략이 한국 내 반중 정서의 근인이다. 중국 국수주의자들은 “한국의 사극이 중화 문화 유산을 강탈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는 K팝 등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설령 당·송(唐宋) 시대의 매듭 기술이 한반도로 전파되었다 해도, 한국의 전통 매듭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우리의 독창성이 가미된 예술로 발전했다. 차제에 중국은 춘추 시대 고사 ‘귤화위지(橘化爲枳)’ 뜻을 음미해 보길 바란다. 타국 문화가 전파될 때 그대로 도용되는 것이 아닌 환경과 역사, 가치관에 따라 고유하게 발전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생성형 AI ‘딥시크’가 챗GPT를 도용했다고 폄하당하면 무슨 기분이 들지 상상해보라.
최근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의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해 “오도하지 말라”며 한국 내 반중 정서를 성토했다. 하지만 한국민이 중국을 향해 반감을 가지는 근본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중국이 ‘문화 패권’이 아닌 ‘문화 교류’를 원한다면, 이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