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6일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정원 3058명’ 방안을 제시했지만 의대생들이 얼마나 학교로 돌아올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의대생들은 정부의 입장 변화를 내심 환영하면서도 쉽사리 복귀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기간 의사 생활을 함께해야 하는 선배·동료들과의 관계,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블랙리스트’ 등이 이유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한 의대생은 이날 국민일보에 “개인적으로 정부가 증원을 고수하던 입장을 바꾼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필수의료패키지 등 정부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1학기에는 복귀할 생각이었는데, 복귀자 색출과 명단 유포 때문에 학교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2월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은 복귀자를 색출한 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방법 등으로 수업 참여를 막아왔다.
전공의도 요지부동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3058명 모집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밝힌 7~8가지 요구안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며 “전공의단체가 속한 대한의사협회가 출구 전략을 내놓지 않는 이상 복귀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 철회 이외에도 정부의 공식 사과,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날 “올해 교육 여건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의대생들에게 돌아오라는 요구는 의미가 없다”며 “정부는 24·25학번 7500명에 대한 의대 교육방안을 지금껏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있으면 내놓고, 없으면 없다고 입장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내 강경파는 의대 증원 전면 철회와 정부의 정책 실패 인정, 공식 사과 등 ‘백기 투항’까지 주장한다.
정부가 한 발 물러서면서 의료계 강경파에 힘을 더해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선 ‘항복 선언을 받아내야 한다’ 같은 게시물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대 내부에서도 이제 갈등을 봉합할 때란 의견이 나온다. 익명의 한 의대 학장은 “의대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학장과 총장이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이 이상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의대생이 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 수가 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는데, 정부나 의료계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정원 동결 이상을 주장하는 건 극단적인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