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암호화폐가 투자 대상으로서 가치를 점점 더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뒤 ‘믿을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국내에서도 확산됐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법인의 투자를 허용하는 등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인 투자자는 2017년과 2021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앞서 두 해에는 전 세계적인 ‘불장’이 펼쳐지면서 글로벌 흐름에 따라 투자자가 유입됐다면 지난해에는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코인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개선돼 투자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점차 제도권 내에서 다뤄지고, 거래소들도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확인제도(KYC) 같은 투자자보호 기준을 준수하다 보니 코인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완화된 것 같다”며 “고객들이 투자를 결정하고 이행하기까지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암호화폐의 발행과 공시, 유통 등의 기준을 다루는 가상자산보호법 2단계가 하반기 마련될 예정인 것도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계좌 수 급증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유진 파마 미 시카고대 교수가 “비트코인의 가치가 10년 안에 ‘제로(0)’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등 비관론도 여전하다.
거래소들은 점점 더 커지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초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각사마다 VIP 전담팀을 운영하면서 수수료 면제를 비롯해 고객 맞춤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A거래소는 1000억원 이상 투자한 고객에게 1대 1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래수수료를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는 기본 혜택을 비롯해 호텔·요트 대여와 명품 선물 등을 준다. 경제 관련 세미나와 블록체인 행사가 열리면 우선적으로 초대권도 지급한다. VIP 전담팀 규모도 매년 확장 추세이며, 쿠폰 등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거래소도 VIP팀을 두고 대상 고객에게 수수료 할인과 입출금 심사 우선 제공 등의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의 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이 한 곳으로 치우쳐진 상황에서 고액 자산가를 끌어들이는 게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