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철자 돌입은 유통산업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영향이 크다. 문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토종 기업이 맥을 못 춘다는 점이다. 최근 10년 이커머스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가운데 미국계 쿠팡이 사실상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 쿠팡의 독주가 굳건한 가운데 알리·테무 등 중국계 C커머스까지,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흔들고 있다. 반면 G마켓,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등 토종 기업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2020년 17.9%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11.9%까지 떨어졌다. 반면 이 기간 온라인 비중은 46.5%에서 50.6%로 증가했다. 이 성장세를 이끈 건 쿠팡이라는 이커머스 공룡이었다.
미국계 기업인 쿠팡은 지난해 41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업계 내 압도적 위치를 재확인했다. 연 매출 4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커머스 뿐 아니라 국내 단일 유통업체로서는 처음이다. 쿠팡은 새벽배송·당일배송을 앞세운 로켓배송을 통해 한국인의 생활패턴을 바꿨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C커머스까지 가세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한국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테무는 한국 상품을 직접 판매·유통하겠다며 직진출을 공식화했다.
C커머스의 과감한 물량 공세는 수익성 악화에 내몰린 한국 기업들에 부담과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알리바바와 테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C커머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 직구 추정액은 4조7772억원으로 전체 직구액의 60%에 다다랐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의 재고를 한국에서 염가에 소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계 기업이 밀려드는데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SG닷컴은 지난해에야 겨우 50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마트는 G마켓과 SSG닷컴 실적 악화에 희망퇴직, 수장 교체 등을 단행했다. 증권시장 상장을 노리던 11번가는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당장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스럽지만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게 더 문제다.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정통 유통업계는 IT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쇼핑에도 치이는 형국이다.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 서비스 강화, 멤버십 서비스 다양화, 저가 정책 등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럼에도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기업의 맷집’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 전략을 적극 방어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