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두 달 연속 2%대… ‘트럼프 효과’ 하락 유가 덕 볼까

입력 2025-03-07 00:18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1%대로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은 고환율이 석유류 및 수입 물가를 자극하면서 2%를 넘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돼 국제 유가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관건은 환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5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1.3%까지 내려왔던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였고 올해 2개월 연속 2%를 넘겼다. 다만 지난달은 1월(2.2%)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전체 상승 폭은 축소됐지만 품목에 따른 물가 상승률 격차가 컸다. 우선 고환율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가 6.3% 오르며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4% 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체 조사 품목 중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6% 올라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생선 채소 과일 등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 하락했다. 2022년 3월(-2.1%) 이후 첫 ‘마이너스’다. 특히 과실 물가가 5.4% 내렸다.

외식물가와 가공식품 물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두 품목의 물가는 1년 전보다 각각 3.0%, 2.9% 올랐다. 외식물가는 전월(2.9%)보다 오름세가 소폭 커졌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3.2%) 이후 13개월 만에 상승 폭이 최대였다. 고환율로 인한 수입 원재료의 상승, 인건비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물가의 경우 배달 메뉴 가격과 매장 가격을 달리 매기는 ‘이중가격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주변 국가의 관세 전쟁이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지만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2%대 근처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 회의에서 “지정학적 정세, 주요국 통상 갈등, 환율 움직임, 내수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높은 환율 수준 등 상방 요인과 낮은 수요 압력 등 하방 요인이 엇갈리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월 전망 경로대로 목표 수준(2%)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트럼프 효과’로 하락세를 유지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가스 생산을 늘리고,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기를 위축시킬 경우 유가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가격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5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69.30달러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보다 10.85달러(13.5%) 하락했다.

다만 물가 향방은 환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내린 유가가 국내로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던 이유도 고환율”이라면서 “환율에 변수가 생기면 (국내 시장 반영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이의재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