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뒤끝’ 해석 분분… “NY계와 함께 못해” “내부단속용”

입력 2025-03-07 02: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를 ‘검찰과 암거래한 집단’이라고 돌연 직격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 통합 행보 중 나온 발언이고 사전녹화된 영상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이낙연(NY)계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오는 26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내부 단속용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NY계는 당시 이 대표가 부결을 호소했는데도 기어이 가결표를 던져 구속영장 심문을 받게 했는데, 당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아무리 통합 행보를 한다고 해도 NY계가 대선에서 이 대표를 돕겠느냐”며 “통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만났다”고 설명했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수석최고위원이던 정청래 의원도 “검찰 부역자들과 통합하자고 말하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반성부터 하라고 말하는 게 진정한 통합 행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또 “아플 때 병문안도,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더니 유산 상속할 때는 꼭 나타나는 막냇삼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사실 지분도 없으면서”라고 비꼬았다.

친명계에서는 이처럼 이 대표 메시지가 NY계에 대한 확실한 선긋기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NY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듭 거론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을 묶어 “동시 청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연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날 뉴스1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 여론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이유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또는 오락가락하는 정치 행태, 비민주적 리더십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의 “검찰과 짜고 한 짓” 발언에는 집안 단속 의미도 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될 경우 비명계의 ‘이재명 흔들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최근) ‘왜 이재명이냐’ 하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쪽(가결을 던진 쪽)에서도 그 문제를 갖고 나올 것 같으니 미리 한 방 못을 박지 않았겠는가”라고 해석했다.

비명계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뉴스1 인터뷰에서 “이번 발언은 지난 총선 당시 공천에서 배제됐던 분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유감 표시를 해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국론이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는데, 공든 탑이 다 가려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악수 중의 악수”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