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를 ‘검찰과 암거래한 집단’이라고 돌연 직격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 통합 행보 중 나온 발언이고 사전녹화된 영상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이낙연(NY)계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오는 26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내부 단속용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NY계는 당시 이 대표가 부결을 호소했는데도 기어이 가결표를 던져 구속영장 심문을 받게 했는데, 당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아무리 통합 행보를 한다고 해도 NY계가 대선에서 이 대표를 돕겠느냐”며 “통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만났다”고 설명했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수석최고위원이던 정청래 의원도 “검찰 부역자들과 통합하자고 말하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반성부터 하라고 말하는 게 진정한 통합 행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또 “아플 때 병문안도,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더니 유산 상속할 때는 꼭 나타나는 막냇삼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사실 지분도 없으면서”라고 비꼬았다.
친명계에서는 이처럼 이 대표 메시지가 NY계에 대한 확실한 선긋기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NY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듭 거론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을 묶어 “동시 청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연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날 뉴스1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 여론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이유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또는 오락가락하는 정치 행태, 비민주적 리더십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의 “검찰과 짜고 한 짓” 발언에는 집안 단속 의미도 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될 경우 비명계의 ‘이재명 흔들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최근) ‘왜 이재명이냐’ 하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쪽(가결을 던진 쪽)에서도 그 문제를 갖고 나올 것 같으니 미리 한 방 못을 박지 않았겠는가”라고 해석했다.
비명계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뉴스1 인터뷰에서 “이번 발언은 지난 총선 당시 공천에서 배제됐던 분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유감 표시를 해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국론이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는데, 공든 탑이 다 가려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악수 중의 악수”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