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KB국민은행, 토스에 이어 금융권에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다. 알뜰폰 시장은 성장 둔화와 대기업 계열사 점유율 확대,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 등으로 수익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금융 서비스와 연계를 통한 신규 고객 확보 등 신사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은행은 6일 알뜰폰 사업을 위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브랜드 이름은 ‘우리WON모바일’이다. 4월 중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기존의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알뜰폰 서비스를 연계하고, 금융 거래 실적에 따라 통신 요금을 할인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금융권 내에서도 늦은 감이 있다. KB국민은행이 ‘KB리브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게 2019년이다. 시장 상황도 그때와 차이가 많다. 현재 알뜰폰 시장은 성장 둔화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알뜰폰 회선 수는 949만여개로, 시장 성장률은 2023년 19.9%에서 지난해 8.8%로 급감했다.
여기에 통신 3사 계열사가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면서 금융사나 중소업체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지난해 8월 기준 통신 3사 계열사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47.6%다.
단통법 폐지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점도 우리은행 입장에선 악재다. 어느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 될지 명확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우리은행으로선 대기업 계열사들과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포석 성격이 강하다. 단기 수익을 내긴 어려울지라도 고객 기반 확대와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KB리브모바일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가입자 수 약 43만명으로 현재 시장 점유율 5위다. 가입자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미래 잠재고객 확보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확보한 통신 데이터로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새로운 금융 상품과 대안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시적인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태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금융서비스 연계까지 노릴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비금융 사업 공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