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실질가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4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 1월 말 기준 115.1(2020년=100)로 전월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BIS에서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1994년 이후 최고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 화폐가 다른 나라 화폐와 비교해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낸다.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보다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미국 달러 구매력은 지난해 9월 말 108.8에서 4개월 연이어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전고점(112.9·2022년 10월)을 2년여 만에 경신했다.
반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9월 94.8에서 꾸준한 하락세다. 2020년 10월~2021년 7월 100을 상회했으나 이후 두 자릿수를 유지 중이다. 계엄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외환보유액은 ‘심리적 마지노선’ 4000억 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월 말 외환보유액은 4092억1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8억 달러 감소했다. 2020년 5월 말 4073억 달러 이후 4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가 650억 달러로 늘면서 외환보유액이 기존보다 줄어든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대비 환율 변동성이 감소했고, 우리나라는 금융부채보다 자산이 많아 해외로 외환이 빠져나갈 위험이 적다”며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