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고정밀 지도 데이터 공짜로 쓰겠다? 상도의 없는 구글

입력 2025-03-06 18:47

구글이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재차 요구한 것을 두고 정보기술(IT) 업계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고 공짜로 지도 데이터를 얻어 수익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국내 지도 앱 서비스 점유율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압도적인데, 이런 시장 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글이 정부에 요청한 국내 지도 데이터는 5000대1 축척 고정밀 지도다. 구글은 현재 2만5000대1 축척의 공개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구글 지도’를 서비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수준의 공개 지도 데이터로도 내비게이션이나 거리뷰 등 서비스가 가능한데, 고정밀 데이터를 원하는 구글의 속내가 의심스럽다는 분위기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가 아닌, 기업 간 거래(B2B)에 활용해 수익을 낼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지도 반출 요구를 하는 이면에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를 핑계로 수익 사업 기반을 닦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있다. 2016년 ‘포켓몬 고’ 게임을 국내에서 제한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을 당시 지도 데이터 반출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애플이 ‘나의 찾기’ 기능을 15년 동안 국내에서 서비스하지 않은 이유가 국내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달랐다.

지도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활용될 분야는 자율주행이나 로봇 등 무궁무진하다. 현재도 타다나 배달의민족 등은 네이버의 지도 API를 활용해 실시간 위치를 제공하고 있어 API 호출 건수에 따라 비용을 내야 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6일 “구글이 국내에 서버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공짜로 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면 데이터 주권도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