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뒤집히는 ‘트럼프 관세’… 멕·캐 자동차는 한 달 유예

입력 2025-03-07 02: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한 25% 관세에서 자동차만 한 달간 면제한다고 발표한 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워싱턴주 블레인의 퍼시픽하이웨이 국경 교차로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대형 트럭 행렬이 이어져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발효 이틀 만인 5일(이하 현지시간) 자동차에 대해 한 달간 관세 면제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그동안 “협상 여지는 없다. 예외나 면제도 없다”고 엄포를 놨지만 관세 정책에 대한 입장이 시시각각 바뀌는 모양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관세를 1개월 면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전날 미국의 3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스텔란티스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통화한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 CEO들은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와 부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빗 대변인은 “USMCA와 관련된 회사들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그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달 동안 면제를 줬다”고 말했다. 관세 면제가 왜 한 달이냐는 질문에는 “즉시 착수하고, 투자하고,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라. 여기에선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트럼프의 메시지라고 답했다.

한 달간 관세 면제 조치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한 자동차와 부품 재고를 비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한 달 뒤엔 다시 관세가 부과되므로 이번 조치는 임시 봉합에 불과하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캐나다·멕시코에 여러 공장과 부품 업체를 갖고 있어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생산 시설을 옮기기도 어렵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유예는 트럼프의 즉흥적인 무역 정책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는 몇 주 만에 북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발표하고 보류했다가 다시 추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했지만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관세 부과를 유지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온 마약 펜타닐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고, 이를 근절했다는 확신을 주는 어떤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고 트뤼도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해 이날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협의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멕시코도 단호한 맞대응을 강조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9일 보복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는 앞으로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오는 12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 품목 관세가, 다음 달 2일에는 상호 관세가 발효될 예정이다. 레빗 대변인은 “상호 관세는 4월 2일부터 발표될 예정이며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예외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의 관세 기조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앞으로도 여러 예외나 면제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