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스텔라] 일본 열도 공략하는 ‘캐스퍼 일렉트릭’

입력 2025-03-07 00:52

현대자동차는 올해 봄이 지나기 전 일본시장에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사전 예약을 받았고 지난달에 일본에 공급할 우핸들 차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르면 이달 안에 본격 출시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일본 출격은 현대차에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차는 일본 철수 12년 만인 2022년 2월에 재진출했습니다. 당시 현대차 사장이던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현대차의 일본 공략 카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카드는 전기차입니다. 일본시장은 ‘수입차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전기차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차 비중도 턱없이 적은 상황입니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대전환하는 시점을 재도전의 적기로 본 겁니다.

두 번째 카드는 소형차입니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도로 폭이 좁습니다. 새 차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주차공간을 증명해야 하는 제도(차고지 증명제)가 있는데 대부분 차고지 크기가 작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 해 등록되는 신차 10대 중 4대는 소형차라고 합니다. 2009년 현대차 철수 당시에도 업계에선 그랜저, 쏘나타, 투싼 등 현지 사정에 맞지 않는 큰 차로 승부했던 걸 실패 요인으로 꼽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이 두 가지 카드를 모두 충족하는 차량이 캐스퍼 일렉트릭입니다. 현대차가 일본 재진출 이후 출시한 아이오닉5와 넥쏘는 시장 공략을 위한 첨병일 뿐, 진짜 승부수는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띄운다는 게 현대차의 구상입니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꾸린 태스크포스팀(TFT)이 생각하는 주력 차종은 아이오닉5와 넥쏘가 아니다. 이들 차량으로 현대차의 친환경차 기술력을 보여준 뒤 판매량은 더 작은 전기차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격을 앞둔 현대차의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