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이 오른다. 2023년 7월 정부 압박으로 가격 인하를 결정했던 농심은 15개월 만에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이어진 먹거리 가격 인상 흐름이 라면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라면과 스낵류 56개 브랜드 중 17개 브랜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고 6일 밝혔다. 신라면 가격은 소매점 기준 950원에서 1000원, 새우깡은 1400원에서 1500원으로 각각 오른다. 2023년 6월 가격으로 돌아간다. 짜파게티, 쫄병스낵, 너구리 등 다른 인기 제품군도 50~100원가량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은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농심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손해를 더 감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라면 원가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팜유, 전분류, 스프원료 등의 구매비용이 증가한 데다 평균환율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 또한 계속 상승한 게 주요 이유로 꼽힌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물가 영향을 고려해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며 인상 압박을 견뎌 왔으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가격조정이 절실해졌다”며 “경영 여건이 더 악화하기 전에 시급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라면시장 선두주자인 농심의 결정은 라면업계 가격 줄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농심은 가격 인상의 근거로 고환율, 인건비 상승 등 요인을 꼽았는데 이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압박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매달 식품·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자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를 불러 물가 안정 대책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라면 가격이 한 봉지에 50~100원 오른다고 큰 타격은 없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식품 물가가 더 오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