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만에 헤어진 이재명·박형준… 朴 “부산 냉대해” 野 “예의 아니다”

입력 2025-03-06 19:0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홍보관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악수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박 시장은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등 현안 해결을 당부했지만 이 대표는 북극항로 문제가 시급하다며 견해차만 드러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극항로 개척 논의차 부산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지만 양쪽 모두 싸늘한 분위기 속에 돌아섰다. 당내 통합 행보 차원에서 추진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멘토’ 송기인 신부와의 차담은 당일 취소됐다.

이 대표는 6일 부산항 신항을 찾아 박 시장과 2년 만의 공식 면담을 가졌지만 약 20분 만에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두 사람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박 시장은 “민주당이 국가균형발전 가치에 대해 조금 관심이 떨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민주당이 반응을 해줄 때가 됐다”고 화살을 날렸다. 이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북극항로 개척에 대해서는 “시급한 문제와 중요한 문제 중 중요한 문제에 속한다”며 다른 지역 현안 해결이 먼저라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박 시장께서 (북극항로가) 시급한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에 가깝다고 했는데 저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 후 박 시장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한 이 대표의 답을 듣기 위해 간곡히 요청하고 설명했는데도 이 대표는 일언반구도 없이 냉담하게 대응했다”며 “이는 저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우리 부산시민을 냉대한 것으로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며 “손님을 맞는 예의는 아닌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도 “사전에 북극항로 개척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합의된 자리였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이 대표와 송 신부와의 회동은 약속 몇 시간 전 취소됐다. 송 신부의 건강상 이유로 알려졌지만, 전날 이 대표의 “당내 일부가 검찰과 짰다”며 비명(비이재명)계를 겨눈 발언이 공개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송 신부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