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 군 기강 다잡는 계기 삼아야

입력 2025-03-07 01:10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민가에 포탄이 떨어져 마을 일대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연합훈련 도중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민간인과 군인 여러 명이 다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사고 발생 후 100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언론에 확인했다. 오폭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가 민간인 신고 후 보도를 접하고서야 사고를 파악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연말 느닷없는 계엄 사태 이후 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사고인 만큼 군은 기강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군에 따르면 6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는 공군, 육군과 주한미군이 참여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진행됐다. 공군은 F-35A·F-15K·KF-16·FA-50 등의 전투기를 훈련에 투입했는데 이중 KF-16에서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돼 사격장 외부에 떨어졌다. 훈련에 출격한 KF-16 2대가 각각 MK-82 폭탄을 4발씩 탑재했는데 8발 모두 정상적으로 투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상 파악 후 군은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에 따른 사고”라고 밝혔다. 이 폭탄은 조종사가 좌표를 입력하고 투하 버튼을 누르는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되는데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좌표 입력을 잘못했다는 설명이다. 사고로 폭탄이 민가 주변에 떨어지면서 성당·주택 등 건물 7동과 비닐하우스 1동이 파손됐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부상자는 당초 7명으로 파악됐지만 추가로 통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게다가 공군은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한동안 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조차 해주지 못했다. 사고 후 대처도 엉망이었던 셈이다. 조종사의 실수가 직접적 원인이라지만 전체 군의 규율 해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위층 지휘부부터 일선의 병사까지 면밀한 점검이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