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회원 모집·설문조사 의뢰·해외봉사 미끼… 대학 새내기 노리는 이단, 새학기 캠퍼스 비상

입력 2025-03-07 03:02
조하나(가운데)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소 실장이 지난해 11월 부산 경남정보대에서 이단 예방 세미나를 마친 후 안내책자를 나눠주고 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소 제공

경남의 한 대학교에 다니던 한명석(가명·30)씨는 어느 날 학교 정문 앞에서 재능기부에 참여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동아리 사람들의 제안을 받았다. 마침 캠퍼스 생활에 무료함을 느꼈던 한씨는 그 제안에 끌렸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친분이 깊어졌다. 하지만 한씨에게 접근한 이들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신도들이었다. 결국 한씨는 그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신천지에 빠지게 됐다.

한씨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들은 처음부터 신천지 교리 교육의 자리로 이끌지 않았다”며 “친분을 쌓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고민이나 심리 상담을 해준다고 전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신천지 성경 공부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새 학기를 맞은 요즘 대학 캠퍼스에는 여러 사이비·이단이 활동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대학 새내기 생활에 대한 기대로 부푼 신입생이나 취업 고민이 많은 복학생에게 경력을 쌓는 일 혹은 자원봉사나 취미활동 등을 내세우며 교묘하고도 전략적으로 다가간다.

사이비·이단 종교문제 전문연구소 현대종교(소장 탁지원)가 최근 이런 현실을 우려하며 2025년도 캠퍼스 이단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현대종교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 캠퍼스마다 포진해 있는 이단 중에는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IYF(국제청소년연합), 여호와의증인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접근하는 패턴은 비슷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생이 주로 활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과제 모임, 동아리 등으로 위장해 회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 색채를 숨긴 홍보성 위장 행사도 꾸준히 올라온다. 신천지의 경우 길거리에서 학생들이 혹할 만한 설문조사를 내세우거나 한국 기독교의 부패상을 알린다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주며 접근했다. 하나님의교회는 신도인 학생들이 과제를 도와 달라며 지인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있었다. 구원파 계열로 알려진 IYF의 경우 영어 말하기 대회나 해외 봉사 등을 내세웠다.

이단 전문가들은 기독교 종합대학이나 교단의 신학대조차 이단 문제에 있어 안전하지 않은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탁지원 소장은 “일반 대학에는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이단 동아리도 있으니 동아리 가입에 있어서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단성이 있거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동아리 역시 함부로 관계하지 말고, 일단 주목하고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대처에 있어 각 캠퍼스 내 기독교 선교단체 차원의 연대와 더불어 학생 개개인이 이단 정보를 숙지하고 경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탁 소장은 “학교 구성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선교단체와 교회, 이단 대처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학내에서 이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전 교육을 통한 예방이 필수적”이라며 “캠퍼스 내 이단 대처 활동이 비종교인에게 기독교 내의 교리 다툼이나 종교 논쟁으로 비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