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이념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4년 사회통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이념’이 꼽혔다.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은 4점 만점에 3.1점으로 가장 높았다. 수치는 또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최근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에 따르면 진보·보수 간 갈등 지표는 2018년 3.35점(4점 만점)에서 2023년 3.42점, 2024년에는 3.52점으로 계속 상승했다. 지역이나 빈부 갈등보다 이념 갈등이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보사연은 평가했다. 두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전에 이뤄졌다. 같은 조사를 지금 실시한다면 이념 갈등 수치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이념 갈등이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착잡할 따름이다.
문제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이념 갈등이 탄핵 정국과 맞물려 극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말마다 광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3월은 더더욱 그러하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마지막 결정이 임박하면서 두 진영의 세 대결은 전쟁에 가까울 정도다. 연령별, 남녀별로 갈라진 채 보수와 진보로 온통 광장이 찢기고 갈라지고 있다. 한동안 지역감정으로 나뉘더니 이제는 이념 전쟁으로 혼란스럽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이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치인의 책임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갈등을 완화하고 조정하려 하기보다 증폭시키고 있어 볼썽사납다. 국민 통합을 외쳐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이념 갈등에 되레 올라탄 양상이다.
역대 대통령은 당선 직후나 취임식에서 소통과 통합을 외쳤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박근혜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문재인 대통령)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윤 대통령) 하지만 이런 말은 미사여구에 그쳤다. 통합과 포용은 온데간데없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지층에 얽매인 나머지 진영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을 더 이상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대내외 파고가 심상치 않은 이 시점에 통합의 메시지를 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야 진정한 정치인이고 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