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목사의 삶 이야기

입력 2025-03-07 03:06

‘목사, 사진가, 바리스타, 배달라이더, 청소부 그리고’란 부제가 달린 ‘동네아저씨’엔 저자 박병현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목사이지만 동시에 사진가이며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다. 때로는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 일을 하고 건물 청소도 한다. 이 모든 일이 바로 그의 삶이다. 바로 N잡러 목사의 삶!

최근 다양한 일을 하는 목회자가 늘고 있다. 개신교인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다. 2000년대 이후 성장을 멈춘 한국교회는 꾸준한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상당한 성도 이탈이 발생했다. 목사가 교회에 오롯이 생계를 의탁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목회자의 ‘이중직 논란’이 뜨거웠다. 교회에서 사역하면서도 돈 때문에 세상의 일을 겸하는 것으로 이중직으로 받아들였기에 비판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직분’은 교회가 부여하는 것이다. 교회 밖 직업을 교회 안에서 직분으로 부르지 않는다. 성도 집사 권사 장로 목사 등의 직분은 오로지 교회 안에서의 직분이다.

이중직이라는 말의 한계 때문인지 최근엔 ‘자비량 목회’로 부르기도 한다. 목회(선교)하기 위해 텐트 깁는 일을 했던 사도 바울처럼 목회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표현이다. 이중직이든, 자비량 목회든 어느 표현도 온전히 본질을 담아내지 못한다.

목사도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이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경제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저자는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됐지만 목사란 직업만을 유일한 성직으로 여기진 않는다. 일상의 삶을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일로 성스러움을 확장한다. 그러니 목사라는 정체성 하나에 묶여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삶으로 맺어진 여러 인연과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러 직업을 갖게 됐을 뿐이다.

N잡러 목사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 특히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목사 친구를 사귀고픈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민대홍 서로교회 목사·함석헌기념사업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