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찬송가를 편찬했던 한국찬송가전권위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를 회원으로 받아들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4개 교단과 한국기독교연합회(NCCK 전신)로 구성된 ‘한국찬송가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1963년 3월부터 합동찬송가(1949)를 개편, 새로운 찬송가 편찬 작업을 시작했다. 각 교단에서 5명씩의 위원과 한국기독교연합회에서 1명이 파송돼 4년간 총 21명의 위원이 편집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찬송가위원회의 개편 원칙은 8가지였다. 첫째, 중첩된 것을 단일화한다. 둘째, 국가 민요 등 곡조와 가사 등은 재검토한다. 셋째, 종류별로 편찬하는 데 유의한다. 넷째, 예배용 찬송을 보강한다. 다섯째, 특정 예배 때 사용할 찬송을 보강한다. 여섯째, 우리 찬송(한국 가사와 곡조)을 보강한다. 일곱째, 교독문을 보충한다. 여덟째, 가사를 모두 검토한다.
이러한 개편 원칙에 따라 개편 찬송가의 편집 순서는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한글표지 머리말 차례 찬송제목분류 목록 찬송가 주기도문 사도신경 성경교독문차례 교독문 성구찾기, 색인(가사 첫줄), 출판사항 순이다.
찬송제목분류는 12개의 큰 항목을 두고 세부 항목으로 52개를 정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교독문의 경우 38편에 불과했던 합동찬송가에서 대폭 증편해 85편으로 늘렸다. 예배용 찬송도 보강해 공식 예배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예배 형식에 맞는 곡들을 주제별로 편집했다. 이에 따라 합동찬송가(1949) 편찬 시 선곡했던 복음송을 대폭 줄이고 예배 때 사용 가능한 형식의 찬송가를 대거 채택했다. 하지만 이 점은 성결교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됐다.
또 편찬 원칙의 여섯 번째인 우리 찬송 보강에도 힘썼다. 한국인 창작 찬송가 27곡을 수록해 이전 찬송집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개편찬송가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 작곡자는 10명이며 작사가는 21명이다. 이렇게 편찬된 개편찬송가는 칭찬과 더불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선 성결교가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개편찬송가가 예배 형식에 맞는 곡들을 대거 삽입하면서 합동찬송가 때 편입됐던 성결교의 부흥성가 상당수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는 개편찬송가 편집 원칙의 변화 탓이었다. 합동찬송가가 복음성가 중심으로 편집됐다면 개편찬송가는 예배 형식에 맞는 찬송을 더 많이 고려했다. 초기 복음 전파를 위한 감정적이고 회개운동 중심의 곡에서 경건한 예배 중심의 곡으로 변천했다. 성결교의 불만이 커지자 한국찬송가위원회는 부흥성가에서 20곡을 부록으로 따로 편집해 620장으로 증편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두 번째는 가사 문제이다. 핵심은 가사 번역이 지나치게 정직한 직역 번역과 문법에 치중하다 보니 문학적이며 시적인 맛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문익환 목사는 ‘기독교사상’(1974년 8월호)에 개편찬송가의 번역 문제에 대한 글을 기고하며 “번역은 제2의 창작인데 시에 있어서는 특히 그러함에도 개편찬송가가 원문에 지나치게 얽매여 기계적인 번역을 했던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편찬송가의 장점은 우선 지금까지의 찬송가집에 비해 한 단계 향상된 수준의 편집 체제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둘째, 많은 비판을 받았던 원문 직역 부분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정확하게 가사를 전달했다는 측면도 있다. 셋째, 예배 형식에 맞는 찬송을 대거 편입시킴으로써 절기와 의식에 맞게 찬송을 선택하기 쉽도록 편집됐다. 넷째, 가사를 철저하게 검토하면서 이전 찬송가에 비해 당대에 맞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시적 표현과 현대어 사용 등을 고려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가사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다섯째 한국인 창작곡을 27곡이나 수록함으로 한국 찬송가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결국 개편찬송가는 합동찬송가에서 390편을 선택하고 한국인 창작 찬송 27곡과 영미권 예배 찬송가 30여편, 독일 찬송가 40여편 등을 합쳐 총 620곡으로 출판했다. 편곡 작업에는 36명의 전문가가 4년간 심혈을 기울였다.
개편찬송가는 이후 1983년 통일찬송가를 제작할 때 새찬송가, 합동찬송가와 함께 핵심적인 원자료로 활용됐다. 또 완성도 높은 내용과 체계적인 구성으로 통일찬송가가 출간되기까지 20년간 교단들의 예배 사역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며 성도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용남 한국찬송가공회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