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국제 소송’ 공익 수호자 “국민권익 보호할 판결 나와 보람”

입력 2025-03-07 01:01
이성직 법무부 국제법무지원과 검사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검사는 구글·메타가 1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이긴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 권익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과천=윤웅 기자

법무부 국제법무지원과는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 사건에서 한국 정부 측을 대표하는 ‘정부의 로펌’으로 불린다. 국제법무지원과가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수행하는 소송만 15건, 전체 소송 가액은 3조원을 넘는다. 최근 구글·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1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도 참여해 개인정보위의 승소를 끌어냈다.

국제법무지원과 소속 이성직 검사(33·변호사시험 2회)는 2016년 24세에 검사로 임관했다. 이 검사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4개월 만에 검정고시로 마치고 13세에 대학생이 돼 영재소년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18세에 로스쿨에 합격한 그는 검찰 실무수습 중 금요일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대전지검 청사 건물을 보고 ‘반드시 검사가 돼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이 검사가 소속된 국제법무지원과도 법무부에서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부서로 꼽힌다.

이 검사는 지난달 26일 정부과천청사 5층 사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글·메타 판결에 대해 “국민 권익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제법무지원과는 넷플릭스가 780억원 규모 세금 처분에 불복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도 수행하고 있다. 이 검사는 빅테크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상당수 국가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며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벌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건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법무지원과는 어떤 일을 하나.

“국민들은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제기를 하는 검사 모습에 익숙할 것 같다. 검사 업무 중 국가소송·행정소송 수행도 있다. 국제법무지원과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국제소송, 분쟁에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소송을 수행하는 업무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3년 8월 신설됐다. 해외진출 기업의 법률 지원 역할도 한다.”

-최근 구글·메타 소송에서 정부 측이 승소했다.

“구글·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다양한 온라인 활동 기록을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사실에 대해 개인정보위원회가 과징금 총 1000억원을 부과한 사건이다. 국제법무지원과가 개인정보위를 지원해 1심에서 승소를 이끌어 냈다. 1심 결과가 최종심에서 확정되면 구글이 개인정보 관련 약관을 바꿔야 한다. 국제법무지원과 검사와 사무관, 법무관, 행정직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였나.

“이용자가 구글·메타에 로그인해 검색하면 그 기록이 개인정보와 결합해 구글·메타 서버로 넘어간다. 구글·메타는 개인의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넘긴다. 광고주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개인 맞춤형 광고를 만든다. 구글·메타는 웹사이트 방문 이력 등 정보를 각 웹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얻고, 이 같은 정책에 소비자가 가입 시 약관을 통해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내용이 불분명한 건 둘째치고, 약관에 그런 내용이 있는 줄 나조차도 몰랐다. 게다가 구글·메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보호 수준을 국내 이용자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재판부에 설명했고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

-빅테크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가 여전한데.

“구글·넷플릭스 조세회피 사건은 국제법무지원과의 주요 사건이다.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편의를 주기도 하지만,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업 구조를 짜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이탈리아, 일본, 인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각 나라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해외에 법인을 두고 사업을 운영하는 조세회피 구조를 짠다. 막대한 수익을 벌어가면서 세금을 안 내는 건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수익이 나오는 곳에서 마땅히 세금을 내는 것이 기업이나 국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이라고 본다.”

-2006년 ‘13세 대학생’으로 언론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검사가 된 이유는.

“어릴 적 꿈은 미생물학자였다. 부모님은 ‘네가 가진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면 좋겠다’며 목사가 되기를 권하셨다. 미생물학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는데, 하나하나 연결돼 있다. 법도 수많은 요소가 연결돼 법치주의에 기반한 사회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법학이 매력적이라 느꼈고 그래서 로스쿨에 가게 됐다. 실습 생활을 대전지검에서 했는데 밤늦게까지 청사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고 ‘검사가 돼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때 이후 다른 곳은 지원 안 하고 검찰에만 지원했다.”

-저연차 검사들의 퇴직이 잦다.

“보수 체계와 지방순환 근무 등 여러 복합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 검사를 지망하는 분들이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검사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가 전문성을 갖춘 분야도 많다. 형사사건 외에도 정부와 공익의 대표자로 국제 문제를 다를 수도 있고, 조세나 공정거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도 있다. 검찰 문화는 선후배가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해주면서도 끈끈하다. 과거에 비해 수평적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검찰 공격이 반복되면서 검사 사기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인 부분을) 다 떠나서 열심히 일하는 검사들이 정말 많다. 검사 개개인은 이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사명감과 열정 하나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검사가 본연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박재현 신지호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