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이른바 여권 ‘찬탄파’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권 준비로 비칠 수 있는 행보를 꺼리는 ‘반탄파’(탄핵 반대파) 주자들보다 서둘러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지세를 규합하려는 모양새다. 찬탄파 인사들은 보수 지지층의 거센 반감 극복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서 열린 핀테크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을 보듬고 지원하고 도와주는 것”이라며 “규제 철폐를 중심으로 성장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개혁’ 포럼 기조연설과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에서도 거듭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각국이 가상자산을 금융 혁신의 핵심으로 수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보수적인 규제 기조에 머물러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 육성도 제안했다. ‘다시 성장’을 강조하며 보수층 구애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비록 내란죄로 재판받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계속 구속 상태로 유지될 필요가 있느냐”며 윤 대통령 불구속 재판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마포구의 공연장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첫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이번에는 반드시 선수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를 해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띄웠다. 여야 주요 대선 주자 가운데 자신이 가장 ‘새 인물’이며 젊은 축에 속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취지다. 한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 시절 김건희 여사 문제 등으로 윤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것에 대해서는 “명백히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고 계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도 잘못된 길로 갈 수 있지만, 나처럼 직언하는 분이 많았어야 했다”며 “대통령을 자주 만난 것을 자랑하며 다닌 분들이 그 시간에 직언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전 대표 북 콘서트에는 배현진·박정하 의원 등 여당 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16명이 참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 여권 주자 중 자신이 유일한 ‘부산·경남(PK)의 적자’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다. 안 의원은 부친인 고(故) 안영모씨가 부산진구 범천동 판자촌에서 49년간 운영했던 범천의원 터를 찾은 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다졌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안 의원은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하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지역 현안 해결을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중도 확장성이 모든 걸 좌우할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여권의 잠재적 후보 중 중도 확장성은 제가 제일 높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