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휠체어의 봄

입력 2025-03-07 01:03

늙은 여자가 더 늙은 여자를 밀고 간다
더 늙을 일이 없는 여자와
늙을 일이 조금 남은 여자는 다정하다
늙도록 익숙한 길
더 늙은 여자의 어깨 위에
조금 늙은 여자가 손을 얹는다

수국은 별을 닮았구나
우주별이 내려온 줄 알았구나

보라에 희고 붉은 길의 끝으로
휠체어가 굴러간다
이 길을 돌면 다음 길이 있다는 걸
다 안다는 듯 오래전에 알았다는 듯

두 여자 다음 계절의 처음으로 걸어간다
거의 왔구나, 하면서

-김정희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