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지분 소유’ 발언을 이어받아 국부펀드 성장론 부각에 나섰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부흥을 위해서는 국부펀드 등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 첨단산업 분야는 과거와 달리 엄청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GPU(그래픽처리장치) 10만장만 확보하려고 해도 5조원 정도가 든다”며 “민간기업이 이런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없어 국제 경쟁에서 문제가 되면 국부펀드, 아니면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국민펀드 등의 형태로 온 국민이 투자하고 성과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K엔비디아’ 발언을 문제 삼는 여권을 향해 “사회주의·공산당 운운하던데, 이런 정도의 지식수준과 경제 인식으로는 험난한 첨단산업 시대의 파고를 넘어갈 수 없다”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국부펀드는 국가가 별도로 조성한 투자용 자금이나 기구를 말한다. 정부 자산을 전략산업이나 기업에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언주 최고위원 주도로 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단위에서 국부펀드 모델 설계를 추진 중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향후 산업정책과 관련해 국부펀드를 주요 전략의 하나로 디자인 중”이라며 “국가가 드라이브를 걸어 전략산업들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1970년대 박정희식 산업부흥책의 2025년 모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과 간담회에서도 국부펀드를 언급하며 지원을 공언했다. 그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불필요하게 기업 활동에 장애 요인을 만드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고, 우리 기업들이 대한민국 국부 창출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과 한경협이 공개적으로 만난 게 (2015년 9월 이후) 10년 만이라고 하던데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을 못 만날 이유가 어딨나”라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10년이 너무 길었다. 옛날에 차인 여자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화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비공개 대화에선 ‘상법 개정안’과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을 놓고 양측이 간극을 드러냈다. 한경협은 상법 개정안 추진에 우려를 표하고, 주52시간 예외 조항과 관련한 대타협도 요청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배임죄 폐지 요청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