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무역전쟁에도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제시

입력 2025-03-05 19:02 수정 2025-03-06 18:44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3차 회의 개회식에서 정부공작보고(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적자율은 역대 최고인 국내총생산(G DP)의 4%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 총리는 경제성장률 목표에 대해 “고용 안정과 리스크 방지, 복지 개선에 필요하며 성장 잠재력과 유리한 조건의 뒷받침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리 총리가 제시한 목표가 세계은행(4.5%), 경제협력개발기구(4.5%), 국제통화기금(4.6%)의 전망치보다 높은 것으로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중국 경제 분석가 해리 머피 크루즈는 “(미국의 추가 관세 20%가) 유지된다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4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 목표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밑도는 약 2%로 설정했다. 내수 둔화가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3000억 위안(약 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투입해 ‘이구환신’(소비재 신제품 교체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는 GDP의 4%로 설정해 적자 규모가 5조6600억 위안(1122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6000억 위안(320조원) 늘어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등장으로 관심을 모은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81억 위안(80조원)으로 설정됐다. 이에 힘입어 중국 전체의 올해 R&D 지출도 지난해 3조6130억 위안(722조원)에서 10% 안팎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휴머노이드 로봇과 6세대 이동통신(6G) 등 첨단 기술 용어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민영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 지원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리 총리는 미·중 무역전쟁을 의식한 듯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 EC), 브릭스(BRICS) 등 다자기구에 적극 참여해 무역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일 자유무역지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최근 행보를 겨냥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하며 국제적 공평·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과 관련해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분열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해 국방 예산은 1조7800억 위안(35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2% 증액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증가율과 비슷하지만, 전체 예산 증가율 6.9%보다는 높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