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고환율 여파로 1%대 증가에 그치며 11년째 3만 달러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6624달러로 전년(3만6194달러)보다 1.2% 늘어난 데 그쳤다.
한국의 1인당 GNI는 11년째 3만 달러대다. 2014년 3만798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만 달러대에 진입했다. 2021년 3만789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4만 달러 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으나, 바로 이듬해인 2022년 달러 초강세에 7.0% 줄며 3만5229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해도 전고점을 넘진 못했다.
고환율 여파가 컸다. 실제 원화 기준 1인당 GNI는 지난해 4995만5000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달러 기준보다 성장 폭이 4.5% 포인트 크다. 달러 환산 과정에서 성장 폭 둔화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강창구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환율 기준으로 4.5% 상승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1인당 GNI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일본 대만에 앞선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한국보다 이 지표가 높은 곳은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5개국뿐이다.
특히 일본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일본의 1인당 GNI가 3만4500달러를 소폭 웃돌 것으로 봤다. 2023년(3만5793달러)보다 뒷걸음질쳤다.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엔화값 절하가 이뤄진 탓이다. 지난해 달러 대비 엔화 절하 폭은 7.4%였다.
고환율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 목표인 1인당 GNI 4만 달러 진입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1인당 GNI가 2027년 4만1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강 부장은 수년 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은 유지하면서도 “발표 후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지난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2.0%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역시 0.1%로 속보치와 동일했지만, 항목별 성장률은 수정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4.5%)가 속보치보다 1.3% 포인트 큰 폭으로 하향 수정됐다. 4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2010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