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무대는 후배들과 부르는 전통가요 헌정공연”

입력 2025-03-06 01:02
가수 이미자(가운데)와 조항조(왼쪽), 주현미가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엘레지(슬픈 노래)의 여왕’ 가수 이미자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부른 전통가요에 대한 헌정 공연을 마지막으로 가수 생활을 정리한다.

이미자는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말씀은 분명히 드릴 수 있다”며 “혼자 조용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후배들에게 전통가요의 맥을 물려주고 마무리 지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66년을 맞은 이미자는 다음 달 26,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을 이음’을 연다. 전통가요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무대다. 이미자는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줄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와 함께 그의 대표곡인 ‘동백 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님’ 등의 협업 무대를 꾸민다.

주현미는 “선배님의 지목을 받았다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이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공연이 큰 전환점이 되어, 전통가요가 서민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곡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항조는 “선배님의 뒤를 열심히 따르며, 후배들에게는 선배가 물려주신 전통가요의 맥을 잇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1960년대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자 한국 가요계의 전설로 활약해왔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열아홉 순정’, ‘동백 아가씨’, ‘여로’, ‘여자의 일생’ 등의 히트곡을 포함해 2500곡이 넘는 노래를 냈다. 이미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중음악인 가운데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미자는 전통가요가 일제강점기, 해방, 6·25 전쟁 등 고난의 역사를 함께 하며 서민들을 위로했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가요가 서구풍의 노래에 밀려 질 낮은, 하류층의 노래로 취급받을 때 소외감을 느낀 때도 있었다”면서도 “파월 장병 위문, 독일 위문 공연을 갈 때마다 제 노래를 듣고 울고, 웃고, 환영해주신 모습을 보며 긍지를 느낀 세월이 쌓여 지금이 된 것 같다”고 되짚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