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이 향후 MBK의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자금 투입 등 자구 노력 없이 회생 절차를 선택한 점이 모럴 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다. 연기금과 공제회의 자금 집행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대주주 MBK의 명성에 금이 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국내 주요 출자자(LP)인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MBK에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 판단은) 여러 지표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면서도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정성적인 평가 요소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5000억원을 투자했다.
MBK에는 대주주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용등급 하락(A3→A3-)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MBK 입장이지만 상식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A3-’도 여전히 투자 등급인데 대주주로서 증자한다든지 자구 노력을 하기보다 무리한 방법으로 금융 채무를 동결하려는 모습이어서 이례적인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도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결정하기 전인 지난달까지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하려 했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중소업체 역시 판매대금을 떼일까 우려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제때 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영업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PEF 업계 내에서도 MBK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PEF 대표는 “이번 선택이 MBK 이익 측면에서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MBK에 투자된 돈은 공익적인 성격도 있다”라며 “국내 주요 LP들도 대형 PEF라고 해서 무조건 자금을 집행하는 결정을 이제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종 투자 수익률이 MBK의 향후 자금조달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직 공제회 한 고위 임원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홈플러스에서 손실이 나도 다른 쪽에서 메꿔 수익률이 양호하다면 참작될 수 있다”라며 “PEF가 수익을 내기 위해 어느 선까지 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