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국의 대다수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동료 기자가 보내온 자녀의 입학식 사진에 축하 인사를 건네던 나는 어느덧 일 년 전 자녀의 입학식으로 돌아가 있었다. 입학식에서 ‘우리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구나’라고 감개무량했지만, 동시에 초등생 엄마로서 긴장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워킹맘들에게는 자녀의 초등학교 1학년 시기는 ‘마의 고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마의 고비가 ‘국룰’(불문율)이라는 것은 실제 그 시간을 겪으면서 체감할 수 있었다. 입학 전에 이미 이 시기를 지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보를 수집했다. 한결같이 ‘힘들지만 할 수 있다. 엄마도 그만큼 성장한다’며 격려해줬지만 솔직히 그 말이 와닿진 않았다.
오후에는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등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데 문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방과후교실은 4월 중순에 시작하기에 그전까지 보육의 공백을 메꿔야 한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다수 아이는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사이에 대거 빠진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5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돌봄교실 덕분에 오후 4시까지 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나는 입학식 이후 학원 시간표부터 짰다. 돌봄교실 이후의 일정을 짜기 위해서다. 학원마다 차량 지원 여부가 달라서 이를 확인하는 게 필수였다. 아이는 불안해하는 엄마와 달리 새로운 환경에서 씩씩하게 잘 적응했다. 3월 말에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 마음이 잘 맞아서 그런지 초등학교 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같은 시기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엄마들의 경우는 달랐다. 오후 1시부터 교문 앞에서 하교 배웅을 시작해 엄마가 오후 시간 이후를 모두 진두지휘해야 한다. 들쭉날쭉한 보육 시간과 학원 등·하교, 집안일, 어린 동생까지 돌보는 쉴 틈 없는 일상에 그야말로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지친 엄마가 자녀 곁에만 있겠다고 보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 돌봄에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학교, 온 마을이 뜻을 모으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돌봄교실 등의 프로그램 인원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학원 셔틀’로 오후 시간을 메우면 교육비가 대폭 상승하기에 부모로서는 부담스럽다.
교회가 유휴 공간을 활용해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교회들이 지역 사회와 협력해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적·지역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곳곳에서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며 아이들의 신앙 교육에 힘쓰는 교회들이 있다. 경기도 의정부 광명교회(최남수 목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초등학교 방과 후 시간에 신앙 교육하는 ‘어퍼룸’을 운영한다. 대한민국 교육부 ‘늘봄학교’에서 착안한 어퍼룸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충남 홍성 평안하고든든한교회(오종설 목사)는 지역의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학기뿐 아니라 방학 기간에도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다음세대 양육에 대한 비전을 품고 아낌없는 투자와 헌신으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평안하고든든한교회의 경우 충청남도, 홍성군청과 협약해 교회 유휴공간에 샘물돌봄센터를 열었는데 이곳은 지역 아이들에게 즐거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교회가 단순히 신앙 교육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협력해 실질적인 돌봄의 역할을 수용한다면 지금보다 다음세대가 더 안전하게 성장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으로 돌봄 문제를 해결한다면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