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 자동차에만 추가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날 던진 멕시코·캐나다 ‘관세 폭탄’에 이어 연이틀 날아든 악재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한해 자동차 대출 이자 납입액을 세금 공제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향해 미국에 생산 공장을 세우라고 압박한 것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자동차 802만대 중 한국산은 154만대에 달한다. 멕시코에 이은 2위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자동차 약 171만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현대차 33만8473대, 기아 35만2100대 등 69만대 수준이다. 100만대 넘는 차량은 이번에 트럼프가 밝힌 세금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에 25% 관세를 매기는 바람에 자동차 가격 인상을 고려해야 할 판에 세금 혜택도 배제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가격경쟁력은 악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끌어올리는 등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네시스 등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기 때문에 대안이 마땅치 않다.
한국GM은 상황이 더 안 좋다. 한국GM은 그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펼쳐 왔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49만4072대)의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대거 미국 공장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GM의 한국 사업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관세가 장기화하면 완성차·부품 생산을 (미국 내로) 전환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