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의 압박, 조선 이어 LNG 개발을 카드로 활용해야

입력 2025-03-06 01: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는데 한국 등이 수조 달러씩 투자하려 한다”며 한국의 사업 참여를 환영했다. 하지만 곧바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 한국을 군사적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렇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전임 행정부 반도체법의 폐지, 미국 조선업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포함하면 한국이 직접 영향을 받을 발언만 4차례나 나왔다. 연일 세계를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트럼프의 어르고 뺨 치기식 수법이 이제 한국을 정조준한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긴장만 할 건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것을 방어하고 어떤 것을 강화해야 할지가 명확해진 부분이 없지 않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외교 노력이 긴요함을 알 수 있었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품목 수 기준 99.8%의 수입품 관세가 철폐됐다. 지난해 대미 평균 관세율은 0.79%로 한국 관세가 미국의 4배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 비관세장벽까지 뭉뚱그린 것 아닌가 싶은데 정부는 주미 대사관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반면, 조선업에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이 미국의 무역 압박을 풀 카드로 부상한 건 우리에게 소득이다. 알래스카 LNG 개발은 1300㎞ 길이의 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나르고 판매하는 사업이다. 특히 미국은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 송유관 건설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산 LNG를 수입하면서 사업 참여로 대미 영향력을 확보하면 양국에 윈윈이다. 이런 기대감에 이날 한국가스공사(12.8%), 하이스틸(29.97%) 등 관련주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굴욕을 당한 것에서 보듯 미국을 상대할 때 전략 카드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조선업과 가스 개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공인해준 한국의 카드다. 방산, IT, 반도체 등으로 카드를 늘리면 통상 및 안보 분야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마침 정부가 5일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이게 시작이 돼야 한다. 트럼프 연설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대외 킬러콘텐츠 사업의 육성,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할 이유가 한층 더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