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1층 로비, 전시 공간 세 벽면을 가득 채운 예수님 초상화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붙잡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농어촌선교부가 주최한 사순절 묵상 그림 전시회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에서다. 그중 가장 많은 이들이 멈춰선 건 거칠고 강렬한 붓 터치로 표현된 예수님의 한 얼굴 앞이다. 가시면류관을 쓰고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태의 예수님 얼굴에 고통을 넘은 승리의 빛이 함께 서려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순종’. 이번 전시작들의 주인공인 최승주 작가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고통만이 아니라 구원의 영광과 승리를 의미한다”며 “피 흘리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삶 속에서 위로받고 그 희생의 사랑과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에서 2회 연속 특선을 수상한 기독 여류화가이자 은퇴한 목사인 남편과 함께 가정교회에서 예배하는 처음교회 사모다.
그는 예수님 초상화를 중심으로 한 이번 전시에 대해 “예수님을 통해 각자 본인의 얼굴을 찾기 바란다”며 “우리의 신앙이 성화(聖化)의 과정에서 예수님을 닮아가는 여정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90세가 넘은 치매를 앓는 시부모를 모시던 섬김의 시간 중에 완성한 ‘순종’을 통해선 십자가를 지시기 6일 전 하나님의 계획을 알면서도 일상을 살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난 속에서도 승리를 이루신 영광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시는 이날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서 전세광 목사(총회농어촌선교부 부장)는 “귀한 작품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과 사랑을 묵상하는 은혜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순절 기간 각자 신앙을 돌아보고 예수님의 고난을 깊이 묵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요 목적이다. 작품 배치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골고다’ 작품을 통해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고, 이어 ‘돌아온 탕자’를 보며 우리가 돌아가야 할 아버지의 집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초상화들을 통해 각자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여정을 경험하도록 구성돼 있다.
최 작가는 “작가는 작품에 아이디어와 영감을 담지만 감상하고 묵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며 “이번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고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