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를 사역 주체로”… 교회, 배움의 길 ‘활짝’

입력 2025-03-06 03:01 수정 2025-03-06 03:01
늘푸른은혜학교에 참가한 실버 성도들이 5일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에서 성경인물 영성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복지관 봉사, 이주민 급식 등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어요.”

5일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비전센터에서 만난 박재순(75) 권사는 자신이 시간을 들여 섬기는 봉사활동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날 박 권사는 ‘늘푸른은혜학교’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에 왔다.

늘푸른은혜학교는 서현교회가 75세 이상 성도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특강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건강 수업, 스마트폰 교육,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경기도 고양에 거주하는 박 권사가 이 수업을 듣기 위해 왕복 3시간가량을 들여 매주 참석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영적으로 건강한 자극을 받기 위해서다. 그는 “강의를 통해 섬김의 주체로 활동할 용기를 얻는다”며 “노년기에 할 수 있는 사명을 재확인하고 영적 동기를 얻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년기의 삶과 죽음을 돌아볼 기회를 마련하는 교회도 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60세 이상의 성도와 불신자를 대상으로 인생 노화 죽음에 대해 성경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체험하는 ‘인생플러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참가자들은 ‘인생론’ ‘성경적 내세관’ ‘성경적 장례’ 등에 대해 강의를 듣고 유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산기부 약정서 작성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 교회의 한 교구 목사는 “지난해 11월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유가족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인생플러스에 참여한 어머니가 생전 작성한 유서와 묘비명 등을 보며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고백이었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예상치 못한 어머니 죽음을 (우리가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도 건넸다고 전했다.

수영로교회 가정사역 총괄인 이창선 부목사는 “인생플러스는 시니어 세대가 스스로 소명을 찾고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사역에 파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삶의 지혜는 물론 경험을 겸비한 참가자들은 인생플러스 활동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결국 지역과 사회를 섬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일 개강하는 인생플러스 3기에서는 인생플러스 합창단 활동을 통해 농어촌교회와 미자립교회를 섬기는 사역을 할 예정이다.

경기도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에는 73세 이상 성도를 위한 ‘포에버’ 공동체가 있다. 은퇴자들이 교회 문턱을 넘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사역의 장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 공동체 성도들은 복지시설과 연계된 지역 내 독거 노인에게 반찬을 제공하거나 길거리 쓰레기 줍기 등의 섬김활동을 한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80세다.

우승필 수원제일교회 부목사는 “성도들이 적극적인 봉사자로 활동하며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포에버는 노년층이 사역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계속 감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