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중동 모래바람 탄다… K-ICT 기술로 오일머니 공략

입력 2025-03-06 00:52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중동 국가와 손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던 중동 국가들은 최근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경제 정책을 펼치면서 ‘포스트 오일’ 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중동 현지 통신 기업들과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막강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동을 공략함으로써 AI 사업 수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중동 최대 통신 사업자인 자인그룹과 자사 AI 서비스 ‘익시오’의 글로벌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인그룹은 쿠웨이트를 거점으로 1983년에 설립된 통신 사업자다. 현재 중동 5개국(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과 아프리카 3개국(모로코, 수단, 남수단)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자인그룹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들에 익시오를 출시한다. 자인그룹은 익시오가 제공하는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통화 녹음 및 요약, 통화 후 검색 등 AI 기반 서비스를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사우디아라비아 통신 사업자 ‘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진 데이터를 익시오와 결합해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르면 연내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방침이다.

SK텔레콤도 이번 전시에서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 SK텔레콤은 전날 중동 최대 정보통신기술 기업 이앤그룹의 전시장에서 통신사 간 AI 연합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총회를 개최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하템 도위다르 이앤그룹 최고경영자(CEO), 팀 회트게스 도이체텔레콤 회장 등이 총회에서 협력 의지를 밝혔다.

KT는 최근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한국-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인프라 발전 및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스마트시티 등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AI 진흥 정책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라 지금이 오일 머니를 끌어올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