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티카는 단순한 화장품 회사가 아닙니다. 식물의 생명력과 치유 에너지를 통해 몸과 마음, 영혼을 건강하게 하고, 지구 환경을 온전하게 되돌리는 소명을 실천하는 기업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아로마티카 본사에서 만난 김영균(54) 대표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함께 회사의 핵심 가치를 이같이 설명했다. 2004년 설립된 아로마티카는 ‘클린&비건 뷰티’를 표방해 국내 뷰티 시장을 선도해왔다. 창업 초기부터 합성향 대신 천연 에센셜오일을 사용하고 유해 성분을 배제한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왔다.
‘향기로운’ 소명으로 믿음 실현
김 대표는 대학 시절 호주에서 접한 아로마테라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호주에서는 몸이 아프면 병원 대신 허브나 에센셜오일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자연에 기반한 대체의학인 아로마테라피에 매료돼 천연 유기농 에센셜오일을 공부하면서 대부분 제품이 합성향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연향의 존재를 알리고 합성향의 유해성을 전파하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에센셜오일은 아로마테라피의 근간이 되는 원료이자 천연향으로, 성경에도 자주 등장한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예물로 드린 유향과 몰약이 대표적이다. 에센셜오일은 고대 이집트와 중동 인도 중국 등지에서 치료 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아로마티카를 시작했던 20년 전엔 ‘클린 뷰티’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사업 초기에는 천연 에센셜오일을 수입해 유통하는 원료 영업이 주였다. 하지만 허브와 향신료 문화가 없던 한국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고민 끝에 매일 사용하는 샴푸와 바디워시에 천연 에센셜 오일을 넣어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일상에서 아로마테라피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성분 유해 등급을 제공하는 EWG 스킨딥(Skin Deep·미국 비영리 환경연구단체인 EWG가 제공하는 화장품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도 김 대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건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국내 뷰티 업계 최초로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표시 제도’를 통해 재생원료 100% 사용을 승인받았다.
김 대표는 “화장품 산업은 식품 산업 다음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다”며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부 넘어 영혼까지 치유
신앙은 김 대표 개인의 삶과 회사 운영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는 “일의 목적이 단순히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이 아닌 소명처럼 여겨야 한다”며 “내가 하는 일에서 숭고한 목적을 찾고 가치를 실현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로마티카가 점자책 만들기를 비롯해 비치 플로깅(달리거나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 운동), 유기견 돌봄, 연탄 나눔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치는 이유다. 3년째 진행 중인 비혼모를 위한 ‘맘편한 테라피’는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비혼모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활동이다. 김 대표는 “‘환난 가운데 있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약 1:27)는 말씀처럼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직원들이 직접 아로마테라피를 교육하고 마사지 봉사를 하며 몸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김 대표는 ‘제리님’으로 불린다. 그는 “직원들 각자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소중한 존재인 만큼 모두 평등하게 상호 존중하며 일할 수 있도록 ‘님’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로마티카에선 성별 상관없이 육아휴직 제도를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임신 축하 파티, 산후조리비 지원 등 맞춤 돌봄도 지원한다. 최근 3년간 육아휴직 후 복귀율은 100%다. 김 대표는 “많은 직원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게 된 영향인지 사내 결혼하는 직원이 많다”며 “전 직원 중 기혼 비율이 43%나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내 문화 덕분에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도 선정됐다.
김 대표가 일과 중 절대 빼먹지 않는 게 있다. 아로마티카 공식몰 게시판과 상품 후기를 읽는 것이다. 고객들이 필요한 건 무엇인지,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그는 “고질병이었던 여드름과 피부 트러블이 진정됐다는 후기, 건강한 제품을 찾다 아로마티카로 몇 년째 정착했다는 고객 등을 보면 에너지가 생긴다”며 “제 힘의 원천”이라고 웃어 보였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피부와 몸, 정신까지 진정한 치유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건강한 사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회복 탄력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식물의 생명력과 치유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한 에센셜오일의 힘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아로마티카가 그 연결고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