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시그널’… 오래된 프랜차이즈 찾는 방송가

입력 2025-03-06 01:06
2016년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은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같은 명대사를 남기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제작되는 시즌2는 김은희 작가가 전편에 이어 각본을 쓰고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등 전편 출연진들이 다시 출연한다. CJ ENM 제공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방송가가 검증된 지적재산(IP) 프랜차이즈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쪽박’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신규 IP보다 과거 대중의 호응을 받은 콘텐츠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겠다는 것이다.

tvN은 2016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그널’의 두 번째 시즌을 제작해 내년 상반기 선보일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10년 만에 시즌 2가 제작되는 것이다.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 온 무전으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연결돼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파헤치는 수사물로 tvN 개국 10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됐다.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미생’ 등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의 감성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다.

독특한 소재와 인물들이 펼치는 극적인 이야기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등의 명대사를 남기며 최종화 최고 시청률 15%(닐슨 코리아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내년에 공개되는 ‘두 번째 시그널’엔 장기 미제 전담팀 형사 차수현 역의 김혜수, 강력계 형사 이재한 역의 조진웅, 장기 미제 전담팀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의 이제훈이 다시 뭉친다. 김은희 작가가 전편에 이어 각본을 쓰고, 영화 ‘올빼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안태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SBS는 지난해 ‘열혈사제2’를 5년 만에 선보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 2019년 방영된 ‘열혈사제1’은 최고 시청률 2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당해 메가 히트작으로 기록됐다. SBS 측은 “시즌1 종영과 동시에 시즌2 제작 요청을 수도 없이 받았다”고 전했다.

‘열혈사제1’ 역시 성공을 이끈 캐릭터들이 시즌2에 그대로 유지됐다.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김남길), 전투력 충만한 검사 박경선(이하늬), 강력팀 형사 구대영(김성균)이 변치 않는 호흡을 자랑했다. 여기에 가수 겸 배우 김형서(비비)가 열혈 마약팀 형사 구자영으로 합류해 전편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선보였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최불암 주연의 드라마 ‘수사반장’은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로 만들어졌다. 시골에서 소도둑을 잡던 ‘촌놈 형사’ 박영한(이제훈)의 서울 종남 경찰서 입성기로 시작된 드라마는 첫회부터 분당 최고 12.4%(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의 호응이 검증된 콘텐츠라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드라마 팬들이 오래 기다려온 만큼 기대치가 높은 데다 최근 콘텐츠를 보는 소비자들의 눈이 까다로워지면서 ‘형만 못한 아우’가 된 사례들도 있는 탓이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의 인기 IP들은 인지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팬덤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세계관이 널리 알려져 있어 새로운 시청자 유입 허들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수 년을 기다린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 새로움을 더하는 요소가 시청자의 이목을 얼마나 끄느냐도 시즌2의 흥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