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체관광의 최전성기는 금강산 관광 시기일 것이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5년 6월 총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하루 관광객만 1000~1200명 수준이었다. 금강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10월까지는 예약이 거의 꽉 찬 상태였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중단됐다.
북한이 최근 외국인 단체관광객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을 막았던 북한은 2023년 9월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면서 단체관광은 러시아에만 개방했는데 올들어 다른 나라에도 문호를 열고 있는 것이다. 여행 지역은 한동안 나선(나진·선봉) 경제특구로 제한됐는데 평양 관광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여행사 등은 다음 달 6일 열리는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 아마추어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마라톤 참가와 함께 옥류관 등 평양 시내 관광도 일정에 포함됐다. 평양까지 일정에 포함된 단체관광 상품을 출시한 것은 대외 활동의 기지개를 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노동신문도 지난 2일 “국제관광도 활성화해 나갈 수 있는 백두산 지구, 또 하나의 매력은 체육 관광명소”라고 보도했다. 베개봉 스키장과 숙박시설 등을 갖춘 백두산 지구를 국제관광지로 부각시켜 외화벌이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남북관계가 괜찮았다면 전국 곳곳의 러닝크루들 사이에서 평양국제마라톤 참가 문의가 빗발쳤을지도 모른다. 해외 마라토너들의 관심도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화한 후 남북 협력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있다. 남북이 합의해 우리 정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수천명의 이산가족이 눈물의 상봉을 했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까지 일방적으로 때려부수고 있지 않은가.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자 하는 대한민국과 패키지라면 몰라도 남한을 위협하고 적대시하는 북한만 방문하려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한 영국 유튜버는 “암울한 광경이었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북한 단체관광의 한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