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5일 나란히 경제 현장을 찾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철강업계 관계자들을 만났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인들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 경제 간담회’를 했다. 미국의 관세 전쟁에 철강 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 생산·소비·투자가 올해 들어 모두 감소하며 경기 부진이 심각해진 현실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두 당의 행보는 명분을 갖춘,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허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당장 할 수 있고, 지금 해야 하는 숱한 민생·경제 법안은 산적한 채로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할 일은 안 하면서 민생을 살피는 척, 경제를 챙기는 척 ‘보여주는’ 행사로 표를 얻으려는 낡은 사고에 여전히 젖어 있는 듯하다.
지금 경기 진작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추가경정예산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를 지탱해야 하는 시기인데, 지난해 야당의 삭감 예산 강행 처리로 재정이 충분치 않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속도가 생명인 추경의 조속한 편성을 거듭 촉구했지만, 여야는 ‘이재명표 지역화폐’ 같은 정략적 쟁점에 매달려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린다는 개혁 원칙에 합의하고도 각론에서 타협하지 못해 하루 885억원씩 적자를 쌓아가는 중이다. 반도체특별법은 중국에 기술 추월을 당한 상황에도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 족쇄를 풀어주는 조항에 야당이 반대를 고수해 여전히 공전하고 있고,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세법 개정 역시 최 대행의 거듭된 호소에도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는 이날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등 전략산업에 총 100조원 이상(민간 자금 포함)을 투입하는 구상이다. 중국이 562조원, 일본이 160조원을 쏟아 붓고 있는 첨단산업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이 기금도 이미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민생은 말로 챙겨지지 않는다. 국회는 입법의 결실로 말해야 한다. 경제를 말하려면 이런 법안들부터 어서 처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