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산가족면회소 철거하는 북한

입력 2025-03-06 00:33

통일부는 매년 명절과 연말이면 이산가족분들을 찾아뵙고 위로하고 있다. 올해도 설을 앞두고 100세를 넘긴 고령의 이산가족 한 분을 찾았다. 거동이 불편해 침대에 누워 계신 어르신께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혹시 북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찾았느냐고 물으셨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답변밖에 할 수 없었다. 평생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이산가족분들을 만날 때면 늘 죄송한 마음이다.

최근 통일부는 북한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면회소 철거가 아직 가족 상봉을 하지 못한 많은 이산가족분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무참히 짓밟는 반인도주의적 폭거이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당국이 저지르는 반인도주의적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제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홍역, B형 간염 등 주요 백신 접종률은 2023년 기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의 절반가량은 영양부족 상태로 파악되고 있으나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원도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고한 젊은이들을 파병해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전장에 투입된 한 북한군 포로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걱정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이역만리 전쟁터에서도 가족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것이 인(人)간의 도(道)리임이 분명하다.

이번 면회소 철거는 북한 당국의 이러한 반인도주의적 행태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남북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한반도 전체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면회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절실한 소망이 깃든 인도주의 실현의 상징적인 장소다. 2003년 남북 간 합의로 건설을 시작해 2008년 완공됐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다섯 차례의 상봉 행사가 개최됐다. 그리고 이곳에서 지금까지 4000여명의 가족이 뜨거운 눈물의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남북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시간도 멈춰져 있다. 그 사이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는 심화하고 매년 약 3000명의 이산가족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2022년 9월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 논의를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고 이후에도 설·추석 명절 등 계기마다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해 오고 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면회소 철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평생을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북한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면회소는 남북협력기금 550억원이 투입된 우리 정부의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철거하는 것은 엄연히 우리의 국유재산 침해 행위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에 대해 북한에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