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던져진 ‘관세 폭탄’, 고심 깊어지는 기아

입력 2025-03-05 01:03

미국이 기어이 멕시코·캐나다에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던 현대자동차그룹은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연간 4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약 25만대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준중형 세단 K4 12만대가량을 미국에 수출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인근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현대차·기아 북미 생산 공장에 납품한다. 현대차는 멕시코에 공장이 없다.

현대차그룹의 멕시코 공장은 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가동된다. 미국·멕시코·캐나다는 자유무역협정을 바탕으로 관세 없이 수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약 360만대의 차량을 수입했다. 미국 연간 자동차 판매량의 22%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멕시코에도 25%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에 서명하면서 이런 혜택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트럼프는 관세를 매기면서 “그들(자동차 회사)이 해야 할 것은 자동차 공장 같은 것들을 미국 내에 짓는 것”이라고 했지만 완성차업체 입장에서 그럴 여력은 크지 않다. 최근까지 전동화 전환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총알’이 넉넉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가 다음 달 2일로 예고한 수입 자동차 관세까지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일단 현대차·기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거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공장 합쳐서 연간 70만대가량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조지아의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미국에서 약 12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약 171만대다. 지난달에는 13만881대를 판매해 역대 2월 판매량 신기록을 기록했다. 현지 생산을 극대화해도 증가하고 있는 수요를 충족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멕시코 생산 차량에 관세가 붙은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아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가격 인상이나 생산비 조정 등으로 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자 송호성 기아 사장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나섰다. 송 사장은 이날 주주서한을 통해 “반세기 지속됐던 세계화 추세가 자국 중심주의로 회귀하는 등의 변화는 산업 전반에 걸쳐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위기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코로나 시기 공급망 교란으로 자동차산업 전체가 판매 차질을 겪을 때도 기아는 위기를 글로벌 시장지배력 확대의 계기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