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사이신에 삼단봉까지… 경찰, 尹 선고 앞두고 초긴장

입력 2025-03-05 02:20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만 남겨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들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경찰이 초긴장 상태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경찰 지휘부는 선고 당일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투입 가능한 인원을 총동원하고 삼단봉과 캡사이신 사용 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기동대는 일과 시간을 쪼개 여러 돌발 시나리오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서부지법 폭력 사태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삼단봉이나 캡사이신 등의 사용을 허용할 계획”이라며 “근접 대비조를 편성하거나 헌법재판소에 들어가는 예비대를 운영하는 등 여러 변수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경찰청이 건의한 ‘갑호비상’(최고 수준의 비상경계 태세) 발령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집회·시위가) 번지면 지방경찰청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고 당일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청 소속 기동단에서는 최근 일과 시간을 쪼개 ‘차벽 방어’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집회 참가자들이 버스에 밧줄을 묶어 잡아당기면서 차벽이 일부 무너졌던 사례를 참고한 훈련이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차벽을 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 위에서 대열을 갖춰 사다리를 빠르게 걷어내는 훈련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준비 태세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사망사고 발생 등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것이다. 지난 1월 19일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시위대가 서부지법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경찰에서도 중상자 7명 등 51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에는 격앙된 사람들이 기동대 버스를 부수고 헌재에 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2명이 사망했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장비 점검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보호 장구를 점검하고 유사시 밧줄 절단 등에 필요한 장비도 새로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장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캡사이신 분사기를 사용해 봤다”며 “캡사이신 분사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장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경찰의 적극적인 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경찰이 이번에도 난입 사태를 막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모호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선고 당일 헌재에서 가스통 폭발 테러가 예고되는 등 극단적 징조들이 보인다”며 “‘결전의 날’이 펼쳐질 것에 대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준 신재희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