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키우는 인도… 한국, 노 젓나

입력 2025-03-05 00:12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 조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인도가 조선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인도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시장 선점 기회를 발 빠르게 모색하고 있다.

4일 인도 경제매체 이코노믹타임즈는 HD현대중공업이 최근 인도에 조선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난달 초 임직원이 인도를 방문해 부지를 물색했다고 보도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인도 남동부 타밀 나두주의 항구도시 투티코린과 커들로어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도 정부의 요청으로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면서 “현지 조선소 건설 등 세부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을 글로벌 조선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 ‘MIV 2030’을 발표한 이후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 및 투자를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쉬리 티케이 라마찬드란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과 인도 국영 조선소 코친십야드의 마두 나이르 대표 등은 지난해 12월 방한해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를 찾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인도 항만해운수로부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화오션 대표단과의 면담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인도 항만해운수로부는 “인도와 한국 간 잠재적인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화오션 대표단을 만났다”며 “인도 조선소와 한화오션 간 파트너십을 강화할 기회를 모색했다”고 전했다.

2023년 기준 세계 선박 제조 시장에서 인도의 점유율은 0.06%에 불과하다. 대형 조선소가 적고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58%)·한국(27%)·일본(9%)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태다. 인도 정부는 10위권 밖인 자국 조선업을 2030년까지 세계 10위, 2047년까지 세계 5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최대 30%의 선박 건조 보조금, 해양 클러스터 조성 등 지원책을 펼칠 계획이다. 인도의 ‘구애’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인도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인도 시장 진출이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조선업을 둘러싼 전망은 밝은 편이다. 파인엑스트라 리서치는 2022년 9000만 달러(약 1316억원) 수준이던 인도 조선 시장이 2033년에는 81억2000만 달러(약 11조869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