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지분 소유’ 발언이 정치권에서 이념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회주의적 접근”이라는 여당의 공세에 이 대표가 직접 “문맹 수준의 식견”이라고 치받으며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4일 이 대표를 일제히 ‘좌파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웠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AI(인공지능) 추경을 운운하며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탄생하면 그 지분의 30%를 국민에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입만 열면 거짓말과 모순투성이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소유부터 나누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더 나아가 “기본사회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성과를 국가가 관리하려는 발상은 기업가 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사회주의적 접근”이라며 “이 대표의 구상은 옛 소련의 전철을 밟자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전날 “‘우클릭’으로 포장하고 실제로는 사회주의로 나아가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모습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공개된 AI 관련 대담 영상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 관련 기업에 국부펀드나 국민펀드가 공동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그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크게 성공하면 국민의 조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근거 없는 색깔론으로 몰아세운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AI가 불러올 미래에 대한 무지도 문제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 못 하니 그런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느냐”며 “극우 본색에 거의 문맹 수준의 식견까지, 참 걱정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일갈했다. 이 대표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정부 출자 지분이 48%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국민의힘도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AI 골든타임을 허비하며 투자 제안을 헐뜯고 왜곡하는 국민의힘, 이러고도 여당인가”라며 “투자를 얘기하는데 ‘사회주의’가 난데없이 왜 나오나. 아무 말 대잔치가 따로 없다”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도 “철 지난 색깔론 말고는 할 말이 없나”고 여권을 겨눴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다. 재계 1위 총수와도 접촉하며 친기업적 행보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