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 파행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명령했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 지원이 끊기면 우크라이나의 무기는 올해 여름이면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하고 있는 모든 군사 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나 배편으로 운송 중인 무기나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는 물자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원조가 멈추게 된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명령은 즉시 발효되며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주문 중인 10억 달러 이상의 무기와 탄약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군사 원조를 재개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대미 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지금으로선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면서도 “많은 일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는 군사 장비의 약 55%를 자력으로 생산하거나 조달한다. 나머지 비중은 미국에서 20%, 유럽에서 25%를 각각 공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과 안보에 대한 미국의 기여도는 현재 약 30%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연구원은 WSJ에 미국의 무기 공급 중단과 관련해 “올해 초 미국이 이미 선적한 탄약이 있고 여기에 유럽의 지원이 합쳐진다면 우크라이나의 포병 탄약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다”면서도 “여름으로 접어들면 문제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유럽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NYT는 “유럽 국가들에겐 당장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무기 비축량이 없고, 미국이 아니라면 첨단 무기를 제공할 수도 없다”고 짚었다. NYT는 미국 무기 인도가 중단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첨단 방공 시스템, 지대지 탄도미사일, 장거리 로켓 등 첨단 무기를 공급받지 못한다며 후방 기지를 보호하고 장거리 공격을 감행하는 우크라이나의 전투 능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러시아에 제재 완화를 제공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무부와 재무부 등은 백악관의 지시에 따라 대러시아 제재에서 해제 또는 완화가 가능한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3월부터 러시아 인사와 기업, 자산 등을 제재 목록에 올려 전쟁 자금줄을 끊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러시아에 종전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회유책으로 제재 완화를 제시해 왔다.
김남중 선임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