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강창희 정의화 정세균 박병석 김진표 등 전 국회의장 6명, 정운찬 김황식 이낙연 김부겸 등 전 국무총리 4명이 4일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개헌 토론회에서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왜 개헌해야 하는지, 왜 지금 해야 하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정치의 복원을 위한 개헌은 주저하거나 포기할 일이 아니다.”(정세균) “87년 체제의 역대 대통령을 보면 지금 문제는 제도에 있다”(김황식)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박병석 김진표)
권력분산 대통령제, 의원 내각제, 중대선거구제 등 다양한 비전을 제시한 원로들이 이구동성 지적한 문제는 “왜 그동안 개헌하지 못했는가”였다. 이 자리에 선 역대 국회의장은 전부 국회에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개헌을 밀어붙이다 결국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들은 “정권 초반엔 대통령이 반대해서 못하고, 후반엔 차기 유력 주자가 반대해서 못한다”고 했다. 우리 정치의 문제인 제왕적 권한을 가진 사람, 또는 그것을 눈앞에 둔 사람 때문에 유신헌법 체제와 흡사한 권력구조가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이 다시 오지 않을 개헌의 호기라고 했다. 대통령 직무정지의 권력 공백기인 데다 계엄 사태로 국민이 개헌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차기 유력 주자, 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일한 걸림돌임을 뜻했다. “지금 민주당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인데, 그분을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이낙연)는 개헌 동참 촉구가 이어졌다.
탄핵 정국에서 줄기차게 열리고 있는 개헌 토론회는 전부 이렇게 이 대표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개헌을 하느냐 마느냐가 국회 다수당 대표인 그에게 달렸고, 개헌을 꺼리는 유일한 대선 주자가 그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계속 외면한다면 자신의 대권을 위해 절박한 국가 개혁을 팽개치는 일이 될 것이다. 서둘러 개헌 논의에 참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