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터 G2 피해… ‘기회의 땅’ 인도 찾는 재계 총수들

입력 2025-03-05 00:11

구광모(사진)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잠재 시장을 선점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라 격화하는 글로벌 무역 갈등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4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4~27일(현지시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방문했다. 구 회장의 인도 방문은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구 회장 이전에는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2004년 인도 현지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구 회장의 인도 방문은 인도 시장 내 그룹사들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추가 투자처 발굴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구 회장은 뉴델리의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의 변화 상황과 생산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벵갈루루의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는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을 구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 회장이 택한 올해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도 인도다. 신 회장은 지난달 6일 롯데웰푸드가 인도 서부지역의 푸네시에서 진행한 ‘하브모어’ 푸네 신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을 갖고 인도와 현대차그룹의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사업장 축소와 함께 신흥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인도 권역을 전략적 수출 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같은 달 인도를 방문해 현지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함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도 경제가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비재 수요와 함께 철강 수요가 늘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계 총수들이 앞다퉈 인도를 방문한 것은 인도가 성장 잠재력이 크고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대체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인도 인구수는 약 14억5000만명으로 세계 1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5위다. 게다가 전체 인구 가운데 25세 미만이 약 40%인 젊은 국가다. 향후 주력 소비계층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오는 2030년 인도가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격화하는 미·중 갈등은 한국 기업들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 발표를 통해 미국의 관세 정책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 수출시장 다변화를 제시했다. 인도 정부도 개방적 태도로 화답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1년 8월 발표한 인프라 부흥 계획에 따라 100조 루피(약 1658조원)를 도시 인프라 건설, 도로 연결, 공항 건설에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추진하며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장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내수 시장이 큰 데다 트럼프 시대 지경학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