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산, 소비, 투자 추락하는 한국경제

입력 2025-03-05 01:20

매출 기준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올 수출은 2월까지 4.8% 감소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흔들리고 수출이 부진하다는 건 경제활동의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온전치 않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지표로 증명됐다. 생산과 설비투자는 각각 전달보다 2.7%, 14.2% 감소해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소매판매도 0.6% 감소했다. 관세 폭탄이 터지기도 전에 수출과 내수 등 한국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위축되는 ‘트리플 감소’는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이다. 하지만 위기는 두 달 전보다 한층 더 구체화됐다. 소비는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뒷걸음질쳤고 생산과 투자는 코로나급 충격을 마주했다. 후유증도 가시화됐다. 홈플러스는 소비 침체 장기화로 인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소비 감소에 대응을 제대로 못한 홈플러스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달 신용등급마저 강등됐다. 투자와 생산 감소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관세 우려와 출혈 경쟁으로 공장 가동 중단, 희망퇴직 실시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식의 극약처방에 나서는 대형 업체들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정부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전부터 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수출이 본격적인 관세 타격을 입게 된다면 한국경제로선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대책의 우선 순위 마련이 중요하다. 무역 다변화, 생산기지 이전 등의 수출 대책이 많은 시간과 전략이 소요되기에 아무래도 내수 진작부터 서두르는 게 급선무다. 여야정이 속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꺼져가는 경기에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작금의 국정 리더십 부재가 해결되면 규제 완화, 신산업 발굴, 노동 개혁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중장기 방안 마련을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