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여야정협의회 가동 절실하다는 최 대행 호소 외면 말길

입력 2025-03-05 01:30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4일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을 향해 ‘여야정 국정협의회’ 가동을 호소한 것은 그만큼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경제사령탑이기도 한 최 대행은 “미국 우선주의에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절감하고 있다”며 “우방국 선의에만 기대선 안보, 산업, 기술 어느 하나도 온전히 지킬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정부와 국회, 민간이 힘을 합쳐 미국발 통상 전쟁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여야정 협의회는 대한민국 생존을 위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 대행 말대로 관세 전쟁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산업계와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만 마냥 한가로워 보인다. 여야는 이날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K엔비디아’ 발언을 둘러싼 소모적 공방에만 매달렸을 뿐, 여야정 협의회 재개 문제에는 아무 진전이 없었다. 최 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대표가 참석하는 협의회는 당초 1월에 출범하려다 의제를 둘러싼 대치 때문에 지난달 20일에야 첫 회의가 열렸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28일 2차 회의 역시 민주당의 불참으로 불발됐다. 우 의장이 협의회를 재개하려고 4일 여야 간 회담을 소집했지만 역시 입장차만 확인했고, 대신 6일에 정부 측을 배제하고 급도 낮춘 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어 협의회도 불참하겠다지만 명분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야당 말대로 최 대행이 위헌임에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그 문제는 탄핵심판과 관련된 것인데, 이를 당면한 경제 위기 대응과 민생 입법을 다루는 협의회 재개 조건으로 내건 것은 괜한 트집이 아닐 수 없다. 탄핵심판에 민생이 볼모로 잡힐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협의회 가동에 속히 협조해야 한다.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특별법안, 미래세대를 위한 국민연금 개혁,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관련 민생 입법 등 협의회에서 다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통상 전쟁이 확전되면서 경제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처리가 시급한 사안들이다. 민주당이 위기에 휩싸인 현실을 직시하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칫 대내외 악재에 대응이 늦어져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국민 고통이 커지면 분노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민주당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