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면 수술 받을 수 있을까요”

입력 2025-03-04 18:52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북한군 포로와 만나 면담하고 있다. 유용원 의원 제공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26)씨가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고 밝히는 육성 녹음이 4일 공개됐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리씨 등의 귀순 의사를 직접 확인했다며 이를 소개했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3~2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북한군 포로 2명을 면담한 내용의 육성 파일을 공개했다. 북한군 포로와의 면담은 유 의원이 직접 우크라이나 당국에 요청해 이뤄졌다고 한다. 유 의원은 “접견 신청 장소에서부터 5~6개의 두꺼운 철문을 지나 미로같이 뻗은 좁은 통로를 거쳐서야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리씨는 ‘지금 귀순 의사가 어느 정도 되느냐’고 유 의원이 묻자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 앞으로 우리 부모님과 만나기 위해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턱에 총상을 입은 그는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리씨는 또 “한국에 가게 되면 내가 바라는 권리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느냐” “북한 출신인데,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기 너무 힘들지 않겠느냐” 등 귀순 후 자신이 직면할 현실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리씨는 앞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귀순 의향에 대해 “80%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포로 백모(20)씨는 귀순과 관련해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절반 정도 마음이 기운 것 같은데, 가족과 관련해 계속 고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겪은 일과 북한군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리씨는 “전투할 당시에도 우리가 마지막 전투단이었다”며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을 입고 해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참전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북한군의 자폭을)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부상당해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며 “싸우다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어쨌든 조국에 대한 배반이고 그러니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유 의원은 “귀순 의지를 표명한 북한군에 대해 정부에서 더 신속하고 각별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정부는 동인(북한군 포로)들의 한국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 및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정우진 박민지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