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피커링턴에 거주하는 제니퍼 트렙(54·여)씨는 최근 1만6000 여㎞밖에 타지 않은 테슬라 모델Y를 헐값에 팔아버렸다. 5만4000달러를 주고 샀던 전기자동차를 3만2000달러에 중고로 매각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화석연료 자동차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친환경 자동차를 찾았던 트렙씨에게 테슬라는 더 이상 미래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심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머스크의 반(反)환경적 행보에 분노한 테슬라 충성 고객들이 자신들의 테슬라 차량을 내다 파는 현상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쿠마이트 제러지(40)씨는 한 달 전 구매한 11만3000달러짜리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중고시장에 내놨다. 성형외과 홍보용으로 쓰던 이 차량을 두고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제러지씨는 NYT에 “어느날 병원 주차장에 세워놨던 사이버트럭에 가보니 ‘당신은 나치’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반영하듯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에만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으며 헐값에 중고시장에 나오는 차량도 폭증하는 추세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1주당 284. 65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5일 선거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 월 17일 최고치(479.86달러)보다 무려 40% 이상 하락했다.
온라인 자동차 검색 사이트인 ‘아이시닷컴’에 따르면 올해 판매 가치가 가장 하락한 중고차 모델 20개 가운데 모델3, 모델Y, 모델S, 사이버트럭 등 테슬라 4개 차종이 모두 포함됐다. 모델3는 무려 27.1%, 모델Y도 21.9%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미국 전역의 테슬라 자동차 매장에선 연일 테슬라에 반대한다는 시위대의 피켓이 등장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파리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반테슬라·반트럼프’를 외치는 친환경 시위가 테슬라 매장을 덮친 것이다.
유럽에서도 테슬라 반대 현상은 마찬가지다. 유럽 자동차제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테슬라의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 등록 대수가 5.9% 감소한 것에 비하면 테슬라만 엄청난 감소 폭을 기록한 셈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