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를 전혀 배워본 적 없는 한 성도가 작품 수준의 나무 십자가를 만들어 선교에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순복음중동교회(김경문 목사) 이진태 안수집사 이야기다. 이 집사는 교회에선 ‘영광선교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28일 교회에서 만난 이 집사는 안내실 테이블에 놓인 그의 십자가를 보여줬다. 십자가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상징과도 같은 모양이었다. 그의 작품은 교회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카페에는 사람 크기만 한 십자가가 있었다. 한반도 모양의 나무에 십자가를 새겨 넣었다. 그는 “남들보다 손재주가 조금 더 있을 뿐이에요. 대단한 작품도 아닌데 모두 좋아하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 집사는 올해 74세로 오랫동안 개인택시를 운전했다. 안전을 걱정하는 가족들 때문에 5년 전 그만뒀고 심심풀이로 나무로 책꽂이 등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이왕 무언가를 제작하려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만한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작업하기 시작한 게 십자가였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십자가를 교회 담임인 김경문 목사에게 선물했다. 김 목사는 십자가를 보고 너무 좋다고 격려했고 이에 힘입은 이 집사는 더 다양한 십자가를 제작했다. 종류만 해도 20여 가지, 그렇게 만든 십자가를 선물로 나눴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에게도 전달했다. 또 필리핀 등 해외 선교지에도 가져가 현지 교회에 선물했다. 순복음중동교회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4개국에서 선교 활동을 펼쳤다. 이 집사는 이번 일정에도 나무 십자가를 여러 개 가져갔다.
이 집사는 아내 유명선 권사를 통해 신앙을 갖게 됐다. 유 권사는 늘 교회에 가자고 졸랐다고 한다. 아내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시장에 가든 운동을 하든 항상 전도지를 들고 다녔다. 그러다가 이 집사는 어느 날 ‘저 사람이 믿는 것을 나도 한번 믿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따라나선 것이 신앙생활의 시작이었다. 이 집사는 십자가를 만들다 보면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십자가를 선물 받은 이가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하게 돼요. 물론 하나님도 엄청나게 기뻐하겠지요.”
그는 “나의 작은 수고로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무엇보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면서 “더 특별한 십자가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글·사진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