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감람나무 새 잎사귀

입력 2025-03-05 03:06

사방에 물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석양이 물속으로 빠져들어 가며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노아가 탄 배는 온통 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노아의 가족은 몇 달 동안 똑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냄새를 맡고 같은 얼굴만 봤습니다.

수많은 짐승을 먹이고 돌보는 일도 지쳤습니다. 노아가 정찰 까마귀를 날려 보냈지만 배 주위를 선회할 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비둘기를 보냈습니다. 한참 만에 돌아온 비둘기는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기진맥진한 상태였습니다. 일주일 후 다시 시도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비둘기가 창공에서 하나의 점으로 변할 때까지 지켜봤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려고 밖으로 나왔건만 역시나 물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노아의 심정이 이해되십니까. 필시 여러분도 지금까지 인생을 사는 동안 노아와 같은 처지에 빠진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의 홍수 말입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망망대해만 보이고 희망의 끝자락조차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 노아의 마음은 이런 기분으로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습니다. 노아에게는 소망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아의 기분을 백분 이해하는 우리도 지금 소망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작은 소망 하나가 큰 기적을 일으킵니다. 노아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작은 소망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망이 찾아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닫고 하루를 마감하려는 찰나, 비둘기 소리가 들립니다.

성경은 이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저녁 때에 비둘기가 그에게로 돌아왔는데 그 입에 감람나무 새 잎사귀가 있는지라.”(창 8:11) 감람나무 잎사귀 하나, 그 잎사귀는 단순한 잎사귀가 아니라 약속이었습니다. 비둘기는 단순히 나뭇잎 하나를 물고 온 것이 아니라 소망을 물고 온 것입니다. 나뭇잎, 그것도 새 잎사귀 하나는 어딘가 마른 땅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아직도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과 죽음의 목전에서 아직도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물론”이라고 답합니다. 세상의 모든 노아에게, 한 줌 희망을 찾아 사방을 둘러보는 모든 이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분이 비둘기처럼 오십니다. 우리 눈에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머나먼 희망의 땅, 우리가 언젠가는 살게 될 본향에서 소망의 잎사귀를 물고 오십니다.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주님의 소망의 잎사귀를 받아보셨습니까. 내 인생을 덮친 홍수는 너무 거대해 도무지 소망의 잎사귀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아무리 거대한 문제도 하나님께는 조족지혈 같고 창해일속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소망의 잎사귀를 받지 않으시겠습니까. 꼭 받으셔야 합니다. 남들에게도 나눠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경험이 많은 나를 비둘기 병사로 임명하기를 원하십니다. 고통의 홍수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방주에 소망을 물어다 줄 의무가 있습니다. 인생의 온갖 위기를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여러분 자신이 비둘기 전령이 되어 희망의 새 감람나무 잎사귀를 전달하시길 축원합니다.

송준인 목사(청량교회 원로)

◇송준인 목사는 청량교회 원로목사이며 총신대 은퇴 교수입니다. 서울대와 총신대 신학대학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대학교(신학박사)에서 공부했으며 환경 보호 운동에도 힘쓰고 있습니다.